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채종협은 뭐든 시키면 다 할 것 같아서요
눈에 확 들어온다. 채종협이 하나씩 보여줄 색깔들. 블랙 레더 블루종, 블랙 팬츠, 모두 송지오. 블랙 슬리브리스는 스타일리스트의 것.GQ 루키 시즌이라 할 수 있는 작년과 2년 차인 올해를 비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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👤 루키 시즌이라 할 수 있는 작년과 2년 차인 올해를 비교하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?
🐶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. 1년 차, 2년 차로 구분 짓기보다 데뷔 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하나의 챕터처럼 인식되거든요. 우여곡절 끝에 좋아하는 일을 하게 돼 경험을 쌓고 배워가며 깊어지는 시기라고, 그렇게 생각해요.
👤 계획대로, 생각대로 착착 흘러가고 있어요?
🐶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작은 목표를 세우는 편이에요. 한 걸음씩 나아가려고요. 그래서 데뷔작 <스토브리그>를 마치고 인터뷰에서 대본 리딩을 할 때 구석이 아닌 테이블에 앉고 싶다고 말했어요. 그 다음은 감독님 옆에서 대본 리딩을 하고 싶었고, 이후에는 포스터를 찍고 싶었어요.
👤 올해 드라마 <마녀식당으로 오세요>와 <알고있지만,>을 통해 그 목표를 다 이뤘네요.
🐶 네, 이름 있는 배역을 맡기까지 4~5년이 걸렸어요. 빠르지도, 늦지도 않았다고 생각했죠. 그런데 데뷔 후에 세운 목표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이뤄진 것 같아요. 그래서 요즘 머릿속이 복잡해요. 다음 목표를 세우느라. 원래 생각이 많긴 한데 잠을 못 잘 정도예요. 하루에 운동을 세 번씩 해도, 몸이 녹초가 되도록 뛰어도 멀뚱멀뚱 잠이 오지 않아요.
👤 뭘 하며 그 시간을 보내요?
🐶 새벽에 나가서 혼자 걷곤 해요.
👤 새벽과 산책이라, 생각과 감정을 요동치게 만드는 완벽한 조합일 텐데요.
🐶 그래서 스스로 주문을 걸 듯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해요. 밤하늘을 보면 제일 빛나는 별이 있어요. 남들은 그게 인공위성이라고 하지만 저는 별이라고 생각해요. 그걸 보면서 계속 걸어요.
👤 걷는 취미는 언제 처음 시작했어요?
🐶 학창 시절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보냈어요. 부모님에게 떠밀리다시피 간 유학이었죠. 그 시절을 추억하면 힘듦, 슬픔이 먼저 떠올라요. 어린 나이였고, 말도 안 통하는 곳이었으니까. 마인드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. 그래서 처음으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걷기도 시작했어요.
👤 미루어보건대 힘든 시기를 씩씩하게 잘 보냈군요. 지금이 인생의 몇 번째 챕터라고 생각해요?
🐶 세 번째 챕터요. 유학 생활이 첫 번째, 모델 일을 했을 때가 두 번째. 이 시기는 짧았죠. 열아홉 살 때 모델이란 목표를 갖고 일을 하다가 스물네 살 무렵 연기에 흥미를 갖게 됐어요.
👤 어떤 부분 때문에 연기에 흥미를 느꼈어요?
🐶 모델 일보다는 공부할 게 많고 대사를 통해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.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경험이나 감정을 접할 수도 있고요.
👤 그런 측면에서 연기를 통해 처음 느껴본 감정 있어요?
🐶 로또 1등 당첨의 기쁨요. 드라마 <시지프스>에서 당첨 장면을 연기했어요.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도저히 그 기분을 알 수 없잖아요. 주어진 상황에 집중해서 제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라고 믿고 연기했어요.
👤 궁금해요. 로또에 당첨되면 어떤 기분인지.
🐶 일단 믿기지 않아요. 입에서 아무 소리도 안 나와요. 그냥 멍해요. 당첨금을 손에 쥐기 전에는 실감이 나지 않고 붕 뜬 기분이에요. 제가 진짜라고 느꼈던 기쁨은 그랬어요.
👤 말한 것처럼 멍할 정도로 기뻤던 적 있어요?
🐶 데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요. 회사로부터 <스토브리그>에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장난치는 줄 알았죠. 그런데 진짜였어요. 떨리는 목소리로 부모님한테 제일 먼저 연락을 드렸더니 “무슨 일 있냐?”고 하시더라고요. 눈물이 확 쏟아졌어요.
👤 자신이 출연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많이 본 장면은 뭐예요?
🐶 <스토브리그>에서 윤병희 선배님과 고깃집에서 대화하는 장면요. 왜 저를 뽑았냐고, 나 말고 다른 선수 뽑았으면 좋았을 텐데, 이런 대사를 했어요. 본방송에는 나가지 않고 클립 영상으로 따로 공개됐거든요. 정말 많이 봤어요. 그냥 애착이 가요. ‘왜 채종협일까?’라고 제 현실을 대사에 빗댈 수 있겠지만,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. 이유 없이 제 마음에 계속 남더라고요.
👤 나름 의미가 있는 대사를 꼽는다면요?
🐶 되게 많아요. 지금 생각나는 것만 말하면, <마녀식당으로 오세요>에서는 “한 번 더 빌 수 있다면 곁에 있어주는 거 말고 지켜주는 걸로, 아니면 누나가 행복해지는 걸로 바꾸고 싶어요”. <알고있지만,>은 “너한테 다른 사람 생기거나 다른 이유 없어도, 난 아니라고 할 때까진 포기 못할 것 같아”.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대사라 잊을 수가 없어요.
👤 그러고 보니 연달아 유순하고 상냥한 캐릭터를 연기했어요. 변신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?
🐶 있죠, 당연히. 하지만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해요. 지금은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제대로 하는 게 우선이에요. 잘하지 못하는데 무작정 변화를 시도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.
👤 만약 연출자로서 배우 채종협을 캐스팅한다면 어떤 역할을 맡기고 싶어요?
🐶 세상의 모든 것에서 떨어져 있는 인물. 그게 괜찮겠네요. 오지 같은 곳에서 다른 출연자 없이 혼자 연기하는 거예요.
👤 뜻밖의 대답이네요. 이유가 뭐죠?
🐶 채종협은 뭐든 시키면 다 할 것 같아서요.
👤 혼자 있고 싶은 마음 때문은 아니고요?
🐶 음, 아마도요. 생각이 너무 많다 보니 고민거리들에서 저를 떼어놓고 싶은가 봐요.
👤 채종협 하면 눈웃음을 빼놓을 수 없던데, 자신을 미소 짓게 만드는 뭔가가 하나는 있겠죠?
🐶 촬영요. 슛 돌아가는 그 순간이 제일 즐겁고 행복해요. 생각만 해도 들썩여요. 그래서 다음 작품이 기다려져요.
👤 카메라 밖에서는요?
🐶 턱걸이를 한 개 더 했을 때. 평소 실력보다 한 개를 더 하는 게 정말 힘들거든요. 힘을 짜내서 그 하나를 해내면 기분이 끝내줘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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